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보석세공사, 유리 공예가라는 틀을 넘어 예술가로서 평생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개척한 르네 랄리크(1860~1945)에게는 마르지 않는 영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의 아이(Ay)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랄리크에게 ‘자연’은 어린 시절부터 친근한 존재이자,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기른 안목은 영국에서 한 경험과 일본 미술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랄리크의 안목은 제1~2차 세계대전 사이의 고대 그리스 로마로의 회귀와 이국적인 기호, 새로운 여성상 등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등장한 다양한 예술 조류와 결합하며 발전해갔습니다. 예를 들면 우키요에(浮世繪)에서 영감을 받아 파리 교외에 있는 자택 근처에서 촬영한 설경을 표현한 펜던트나 1909년에 타계한 아내 앨리스의 모습을 양치식물 안에 새겨 넣은 향수병이 있습니다. 예리한 관찰안과 상상력을 통해 동시대의 세계와 일상 속 흥미로운 현상, 개인적인 기억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여 ‘장식품’을 사람들의 일상 속 한 부분으로 만들었습니다.
희귀한 보석에서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유리 작품으로 전환한 것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과 삶이 어떠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삶과 창작에 주안점을 둔 르네 랄리크가 자연을 바탕으로 어떻게 세계를 관조하고 장식이라는 예술을 희구했는지 조명합니다.